일반자료

스크랩하기
인쇄하기
즐겨찾기
퍼가기
카카오톡으로 퍼가기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경기 옛이야기 특별전] 박씨 부인
admin - 2017.07.17
조회 1858
박씨 부인
조선 인조 임금 시대 어느 따스한 봄날이었다. 금강산에 사는 박 처사가 재상 이득춘을 찾아와 간청했다.

“재상의 아들 이시백을 사위로 맞고 싶소.”

박 처사에게 비범함을 느낀 이득춘은 그의 딸도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집안은 사돈을 맺기로 약속했고 혼례를 치렀다. 그런데 첫날밤 부인의 얼굴을 본 이시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부인의 얼굴이 너무나 흉측했던 것이다. 결국 박씨 부인은 뒤뜰에 조그만 집을 짓고 몸종 계화와 외로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박씨 부인에게는 신통한 재주가 많았다. 하루는 박씨 부인이 시아버지 이득춘을 위해 하룻밤 사이에 조복을 지어 올렸다.

“아버님, 조정에 나가실 때 입으세요.”

“이 옷을 정말 네가 만든 것이냐? 신선의 솜씨 같구나.”

박씨 부인이 하루는 장에 갔다가 듬성듬성 털이 빠지고 곰팡이가 피어 있는 망아지를 사 왔다. 사람들이 모두 의아해했지만 부인은 정성스레 망아지를 길렀고, 삼 년 후 말을 내다 팔았는데 그 말은 천리마였다.

박씨 부인이 뒤뜰에 나무를 많이 심고 정성스레 가꾸는 모습을 보고 이득춘이 그 이유를 물었다.

“나중에 불행한 일이 닥치면 저 나무로 재앙을 막으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초당의 이름도 화를 피하는 곳이라는 뜻의 ‘피화당’으로 지었답니다.”

박씨 부인이 시집온 지 삼 년이 되었을 때, 이시백이 과거에 장원 급제하자 박 처사가 이득춘의 집을 찾았다. “사실 제 딸아이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있었습니다. 이제 허물을 벗을 때가 되어 알려 드리려 왔습니다.”

다음 날, 박씨 부인은 허물을 벗고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였다. 이시백은 박씨 부인의 겉모습만 보고 박대한 것을 사죄했다.

세월이 흘러 나라 안팎으로 국난이 계속되고 있었다. 후금이 나라 이름을 ‘청’으로 바꾸고 조선 북쪽까지 쳐들어와 싸움을 걸었지만, 임경업 장군이 두려워 감히 국경을 넘지는 못하였다. 신통력을 지녔던 청나라 황후는 한양에 있는 숭고한 인물을 먼저 없애야 조선을 꺾을 수 있다고 황제에게 말했다. 숭고한 인물이란 박씨 부인을 두고 말한 것이었다.

청나라는 임경업이 알아채지 못하게 배를 타고 동해를 건너 동대문을 부수고 한양성을 공격하기로 했다. 박씨 부인은 청나라의 계획을 간파하고 이시백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한낱 여자의 말만 믿고 북쪽을 비울 수는 없다는 간신의 반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결국 1636년 병자년 섣달그믐에 전쟁이 일어났다.

한양성을 함락한 청나라 군대에 의해 수많은 조선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고, 인조 임금은 남한산성으로 피하는 신세가 되었다. 오랑캐 장수 용골대는 남한산성으로 향했고, 아우 용율대는 한양성에 남아 닥치는 대로 재물을 빼앗고 여인들을 잡아들였다.

용율대는 박씨 부인의 피화당까지 쳐들어갔다. 그러자 뜰을 지키는 나무들이 수많은 군사로 변해, 용율대는 호되게 당하고 목숨을 잃었다. 박씨 부인의 몸종 계화는 용율대의 목을 나무 꼭대기에 매달았다.

그사이 인조 임금은 청나라에 항복을 하고 말았다. 의기양양하게 한양성에 들어선 용골대는 아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원수를 갚으러 박씨 부인에게 달려갔다. 용골대와 군사들이 박씨 부인의 집을 겹겹이 에워쌌다.

“불을 질러라! 박씨를 당장 죽여라!”

그때 갑자기 오색구름이 자욱하게 사방을 뒤덮더니 활활 타는 나무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랑캐 군사들은 겁을 먹고 서로 밀치고 허둥거리다가 밟혀 죽었다. 용골대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후퇴를 명령하자, 나무 사이로 박씨 부인이 나타났다.

“어리석은 용골대 놈아! 네 아우가 나의 칼을 받아 저세상 사람이 되었는데 네놈까지 죽고 싶은 것이냐?”

결국 용골대는 박씨 부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다시는 조선 땅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 그때는 살아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용골대는 돌아가던 길에 임경업과 마주쳤지만 임금이 써 준 항복 문서를 보여 주고 위기를 넘겼다. 임금은 박씨 부인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하며, 박씨 부인을 충렬 부인에 봉하고 큰 상을 내렸다. 그 후 박씨 부인은 나라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충성을 다하였고, 평안한 나날을 보내다 이시백과 한날한시에 죽었다.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경기문화재단이 보유한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작품 사진의 경우 작품저작권자의 권리에 의해 보호를 받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 바랍니다.
댓글 [0]
댓글달기
댓글을 입력하려면 로그인 이 필요합니다.
이전 다음 일반자료

콘텐츠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