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박물관을 떠나면서
 
나는 2003년 말에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을 정년퇴임하고 다음해 9월7일부터 지금까지 약 14년 넘게, 매주 목요일마다 경기도 박물관에서 문화해설사로 일해 왔다. 처음 문화해설을 시작할 때 박물관 여러 선생님들과 봉사자 선배님들께서 반갑게 맞아 지도해주시었고 이것저것 유익한 자료를 챙겨주시어 즐겁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가장 힘든 과목이 역사, 지리 등 암기과목이었는데, 박물관에서 교육을 받고, 박물관 대학을 다니고, 서울시사편찬위원회 강좌에서 몇 년 동안 전국의 여러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학생시절에 못다 한 역사지식을 보충해 나갔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겨 화성바로알기교육을 받고 화성연구회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10년 전에는 수원에도 수원박물관과 화성박물관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김수환 추기경님이 이 박물관에서 열린 스페인전 개막식에 오셔서 개막 테이프를 끊으셨다는 가톨릭신문 기사를 읽고, 어떤 전시인가 구경을 왔는데, 마침 새로운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응모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짤막한 기사 한 줄로 인하여 나의 박물관 생활이 시작되었고 훌륭한 여러분들과 같이 생활 할 수 있었다.
 
역사문화에 관심을 갖다보니 4년 전부터는 내가 사는 수원시 서둔동의 자치위원으로 일하면서 여기산 청동기 문화, 축만제, 둔전은 물론 그 이후 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새로운 농업기술이 태어난 내 고장 역사유적지를 방학 때마다 학생들에게 소개해 왔고, 앞으로 그 귀중한 유적과 역사를 보전하고 알리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나에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섹스폰 동우회로 대중 앞에 나가 세 번이나 연주를 했고, 수염을 달고 갓을 쓰고 화성 낙성연에 출연하여 이유경역도 해 보았고, 경기도 자원봉사자 명예의 전당에 동자봉이(5천시간 이상)에 등록되었고, 한국 토양비료학회에서 공로가 큰 원로에게 주는 토암상의 13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그런데 경기도박물관에서도 무사히 정년을 맞아 감사패와 선물을 받았으니 나에게는 잊지 못할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오늘, 두 아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에게 해설을 마치면서 나의 경기도박물관의 해설사로써의 임기를 마감하였다.   그간 도와주신 박물관 여러 선생님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자상하신 관장님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들, 목요일 아침 마다 나를 반겨주시던 안내 데스크,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자 열심히 청소해주신 분들까지, 그리고 지금은 다른 박물관이나 재단 등으로 자리를 떠나셨으나 나를 지도해 주셨던 잊지 못할 여러 선생님들을 기억하면서,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그분들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한다.
 
끝으로 함께 생활했던 문화 해설사 여러분들, 특히 매주 목요일에 만나 나의 박물관 생활을 값지게 만들어 주신 목요조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참 좋은 인연으로 만나, 나의 퇴직 후 15년의 긴 세월을 행복하고 풍족하게 만들어 주셨다. 그분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기쁨 속에서 즐거운 봉사의 시간을 계속하시고, 또한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멀리서도 그분들을 응원하며 기도드릴 것이다.
 
귀중한 퇴임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끝까지 함께 해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 할 것이다.

경기도 박물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직원 여러분들, 해설사 여러분들에게 축복이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2018. 12. 27. 조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