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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11/10] 폐교들의 깜짝변신
admin - 2003.11.12
조회 5248
(::연구소 수련원 박물관 활용… 경기도만 100여곳::) 폐교가 변신하고 있다. 젊은 층의 이농현상으로 아이들이 줄어들며 시골마을의 상징이던 작은 학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아 갔었다. 재잘대던 새싹들의 웃음소리도, ‘땡땡땡’ 정감 넘치던 종소리도 자취를 감추고 잡초만 무성한 채 흉물로 방치되던 폐교. 그러나 이제 폐교는 더이상 폐교가 아니다. 그곳엔 꿈이 있고 낭만이 있고 사랑이 있었다. 지난 5일 땅거미가 내려 앉을 무렵에 찾아간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채현천연염색연구소’. 지난 2001년 강천초등학교 강남분교 자리에 문을 연 천연염색 공방이다. “오려면 낮에 진작 왔어야지. 이제와서 뭘 보고가.” 중년의 이민정(여)관장이 저만치서부터 달려와 오랜 동무를 맞듯 반색을 한다. 나이 밝히길 극구 사양했지만 눌러쓴 감색 벙거지 밑으론 중년답지 않은 천진함이 친숙함을 느끼게 했다. 단아한 2층 교실건물 앞으로 황토채색 천이 널려 바람에 한들한들 날리는 모양이 더없이 정겨웠다. 교장 사택, ‘철수랑 영희랑 좋아한대요’라는 낙서가 있었을 법한 옥외 화장실, 사방을 둘러싼 울긋불긋한 산과 나무들. 3000여평의 아담한 교정은 그녀가 영감을 얻는 스승이고 혼신을 다하는 작업장이기도 하단다. 이곳에서 이 관장은 쪽과 은행, 감, 황토 등의 천연재료를 이용한 염색작업을 하는데 짙은 쪽빛 치마, 옥색 저고리 등 완성된 천의 색깔들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고 선명하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을 겸하고 있어 우리 전통의 규방공예와 가재도구 등을 구경할 수도 있다. “여기저기서 많이들 오는 편이야. 염색배우러 오기도 하고 나랑 얘기하러 오기도 하고. 여기살면 얼마나 좋은데.” 이관장처럼 폐교를 창작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은 수도권에만도 여러곳이 된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금광초등학교 대문분교 자리의 ‘안성문화마을’은 도예, 조각, 회화 작가들이 모여 작품과 교육활동을 하는 곳이고 가평군 북면 목동초등학교 화악분교엔 도예작가들이 모인 ‘현대도예문화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양평군 단월면 ‘전통공예체험마을’과 여주군 강천면 ‘걸은도자문화체험학교’, 파주시 법원읍 ‘도자기나라’, 화성시 수화동 ‘창문아트센터’ 등도 폐교자리에서 창작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여주군 대신면 대신초등학교 옥촌분교 터에 있는 ‘한얼테마박물관’은 또 다른 형태의 폐교활용 모델이다. 지난 99년 개장한 ‘한얼테마박물관’은 74년 개통한 한국 최초 지하철 1호선 열차 14칸을 가져와 전시장으로 꾸며, 고문서와 과학, 전적유물, 의학, 카메라, 산업디자인 등 6개 테마별로 20만점의 전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박물관 이우로(77)회장은 “정적인 박물관의 틀을 깨고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 보는 공간으로 조성했다”며 “폐교라는 공간에서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체험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련과 단체 나들이, 자연체험 등의 공간으로도 폐교는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미 각급학교에 해양체험 및 극기훈련 장소로 잘 알려진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생수련원’은 대동초등학교 선감분교를 리모델링 한 곳이고 안성시 일죽면 장암초등학교 자리에는 ‘서바이벌 게임장’이 들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초등학교 삼성분교는 ‘교통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양평군 단월면 단월초등학교 명성분교는 태껸과 전래놀이를 가르치는 ‘전통무예원’으로, 민통선 인근 연천군 군남면 군남초등학교는 래프팅과 안보교육을 위주로 하는 ‘청소년수련원’으로 변신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임대형식으로 활용되는 폐교시설은 대부분 각계의 전문가들에 의해 창작과 수련, 문화 시설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같은 활용방식은 공공재산의 활용과 문화여건 확충 등 여러 효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배한진기자 bhj@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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